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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생각하는 정원

by 해인수석 2026. 3. 31.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

 황무지에서 피어난 집념의 정원
세상에는 수많은 정원이 있다. 왕이 명한 정원, 귀족이 가꾼 정원, 국가가 보존하는 정원. 그 어느 것도 수백 년의 역사를 거쳐 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제주 한경면 저지리의 황량한 돌밭에서 태어난 '생각하는정원'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 농부의 오랜 꿈과 60년의 집념이 빚어낸, 혼자의 힘으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유일무이한 정원의 이야기다.
1968년, 성범영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가시덤불 우거진 황무지 앞에 섰다. 사람들은 그 땅을 '가시덤불 오지'라 불렀고,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버려진 땅이었다. 하지만 성범영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그는 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괭이 하나, 손 하나로 돌을 골라내고, 흙을 다지고, 나무를 심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꿈이었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정원이 오늘날 1만 3천 평의 대지 위에 8개의 소정원을 품은 월드클래스 정원으로 성장했다. 제주의 화산석으로 쌓아 올린 돌담과 돌문, 수백 년 수령의 한국 고유 정원수와 분재, 괴석과 수석, 연못과 폭포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한국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이 정원을 처음 마주할 때 느끼는 감탄은 단순한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불굴의 정신 앞에서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경외감이다.
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세계 정원 전문서적에 소개된 유일한 대한민국 정원이라는 사실은 이 정원의 위상을 웅변한다. 당대 혼자의 힘으로 세계적인 정원의 반열에 오른 곳은 없다고 한다. 모두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들이다. 그러나 생각하는정원은 단 한 세대 안에 그것을 이루어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정원은 이미 특별한 서사를 갖는다.

돌담 하나에 담긴 제주의 혼
생각하는정원을 거닐다 보면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는 것은 바로 돌담이다. 제주 화산암을 손으로 하나하나 직접 다듬어 쌓아 올린 거대한 돌담과 돌문들은 이 정원이 단순한 조경 작업의 산물이 아님을 직감하게 만든다. 돌 하나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 있고, 그 손길 사이사이에 세월이 박혀 있다.
제주도는 돌의 섬이다. 화산 폭발이 만들어낸 현무암과 화산석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돌을 이용해 밭담을 쌓고 집을 짓고 무덤을 만들었다. 돌은 제주의 삶이자 문화이고, 제주 사람의 강인한 정신을 상징한다. 생각하는정원의 돌담은 그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켰다.
돌담 너머로 굽이치는 연못과 폭포는 고요함 속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맑은 물이 자연석 위를 흘러내리는 소리, 그 소리가 잦아드는 연못의 침묵. 이 정원에서는 소리마저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여기에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한국 고유의 특수목 정원수들이 저마다의 자태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오랜 세월 손질된 분재들이 시간의 무게를 몸에 새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괴석과 수석의 배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한국 전통 미학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배치된 돌들, 자연을 닮았으면서도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풍경. 이것이 바로 한국 정원 미학의 특징이다. 서양 정원이 자연을 통제하고 정형화한다면, 한국 정원은 자연과 대화하며 그 안에서 인간의 흔적을 가장 적게 남기는 방식을 추구한다. 생각하는정원은 그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공간 중 하나다.
제주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자연석 석조건물들이 정원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 건물들은 코리아 유니크 베뉴, 제주 유니크 베뉴로 선정될 만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존재하는 이 건물들은 방문자들에게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생각을 멈추지 않는 정원의 철학
이 정원의 이름은 '생각하는정원'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색하고 자신을 돌아보도록 설계된 공간임을 이름 자체가 말해준다. 정원 곳곳에 새겨진 철학적 메시지들이 걸음을 멈추게 하고,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게 한다.
정원의 공식 소개문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는정원은 영혼을 자극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생각을 가다듬게 하여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60년을 한결같이 이 정원을 가꿔온 창립자의 삶의 철학을 담은 고백이다. 성범영은 분재나 정원이 '일본 문화'라는 편견과 싸웠고,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음에도 '중국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원은 그런 집념의 산물이다.
평화와 행복을 주제로 삼은 이 정원의 철학은 방문자들에게 실제로 전달된다. 서울시에서 35년간 녹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정원사에 기록된 정원을 두루 방문한 전문가는 이곳을 처음 찾은 날의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정원의 품격과 아름다움에 반하여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 세계정원사에 기록된 정원을 가보았으나 이곳이 단연 최고의 정원이라 생각되며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세계 곳곳의 국가 지도자들도 이 정원의 철학에 이끌렸다. 중국 국가주석 세 명이 이곳을 방문했고, 일본 총리, 베트남 주석, 몽골 대통령, 브루나이 국왕 등 수많은 국빈이 찾은 제주 제일의 방문지가 되었다. 중국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을 만큼 이 정원의 가치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원 철학의 보편성이 국경을 초월하는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정원이 단순한 관광지에 머물지 않고 '교육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도록 설계된 공간.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정원이 가진 힘의 본질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정원, 한국을 빛내는 정원
생각하는정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얼마나 많은 공식적 인정을 받았는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KTO)는 이 정원을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지원 협약 관광지로 선정했는데, 수많은 후보 중 유일한 정원·식물원 관광지로 꼽혔다는 점이 특별하다. 2018년에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된 이래 국제행사 유치에서도 핵심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관광 혁신 바우처 우수기업, 대한민국 MICE 대상 우수 유니크 베뉴 부문 수상, 제주 유니크 베뉴 선정, 제주 MICE Alliance 회원. 이 수많은 공식 인증들은 이 정원이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와 문화 행사를 담아낼 수 있는 품격 있는 공간임을 증명한다. 지속 가능한 이벤트 운영을 위한 국제표준인 ISO20121 인증을 획득한 것도 이 정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관람객의 절반이 서양인이라는 사실은 놀랍고도 의미심장하다.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제주까지 날아와 이 정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이국적인 동양의 정원이 신기해서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의 세계적인 정원 전문서에 소개된 유일한 한국 정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실제로 이곳을 찾아오는 현상은 이 정원이 학문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세계 수준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5개 국어로 제공되는 스토리텔링 안내서,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관광시설, 반려견 동반 허용 등의 세심한 배려는 이 정원이 전 세계 모든 방문자를 환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맷돌커피 만들기, 통곡물 만들기, 한국 전통 파란나무 문양 염색 체험, 싱잉볼 명상 체험 등 다양한 웰니스 체험 프로그램들은 방문자들이 정원의 철학을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생각하는정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문화 체험의 종합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사업자로서 외국인 농촌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제주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되는 등 이 정원은 대한민국 관광산업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제주가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 전통 문화의 깊이, 그리고 현대적 환대의 정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곳. 생각하는정원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형 관광지이자,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외교의 공간이기도 하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것들
생각하는정원을 찾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경험이 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쌓인 긴장이 풀리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돌담 앞에, 연못 앞에, 오래된 나무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는 것. 이것이 이 정원의 가장 강력한 능력이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소리 속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의 알림음, 도시의 소음, 끊임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홍수. 이 소음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생각하는정원은 그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화산석 돌담이 외부의 소리를 막아주고, 연못의 물소리가 내면의 속삭임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이 정원에서의 침묵은 공허한 침묵이 아니라, 충만한 침묵이다.
이 정원이 유명한 이유는 결국 이것이다. 아름다운 경치, 세계적인 인정, 역사적 의미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들이 이 정원을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의 일부일 뿐이다. 진짜 이유는 이 정원이 방문자의 내면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한 농부가 60년 동안 한결같이 쌓아온 집념과 사랑이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 스며들어, 그 앞에 선 사람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긴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그곳을 떠나고 나서도 오래 기억되는 어떤 감각, 어떤 평온함, 어떤 깨달음이다.
서울시 녹지과장 출신의 전문가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을 때, 그것은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한 탄식이 아니었을 것이다. 6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이 이 땅에 쏟아부은 정성과 사랑의 농도를 직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계정원사에 기록된 정원들을 모두 둘러본 눈이 이곳에서 멈춘 이유, 그것은 이 정원이 단순한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인간의 순수한 열정과 시간으로 빚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정원은 앞으로도 이 땅에 남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삶에서 60년을 한결같이 바칠 수 있는 것이 있습니까? 황무지 앞에서도 꽃밭을 꿈꿀 수 있습니까? 이 질문들은 거대한 화산석 돌담보다 더 단단하게, 이 정원을 찾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새겨진다. 그래서 생각하는정원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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